신입공채 면접에서 절대 하면 안되는 행동 [면접관 후기]

이 글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년차에 면접관을 경험하다.

 2022년 올해 운이 좋게도 저는 20번에 가까운 신입과 경력 면접을 면접관으로서 경험할 수 있게되었다. 아직은 경력보다 신입에 가까운... 한참 자신감 넘치는 2년차인 나에게 한번 더 제나자신을 돌아볼 수있는 좋은 기회였고... 저 연차에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흔치 않다는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공유했을 때 많이 느꼈다. "너가??", "옵저버로 참가한거야?", "면접에서 질문은 해??", "너가 들어가도 어차피 니 의견은 상관 없는거 아냐?"... 어... 맞아, 나도 질문을 하고 내 의견도 존중되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 질문에서 부터 연차가 적은 사람은 면접관이 될 수 없다는 전제가 느껴졌다. 우리팀은 같이 일할 사람을 뽑기위해 모든 팀원이 면접관으로 면접에 임한다. 지금은 방식이 조금 변경되었지만, 어쨋든 그래서 이게 내가 면접관으로 여러번 면접에 참가할 수 있었던 계기였고 나 나름대로의 인사이트가 생겼다.

 

 나는 2020년도에 신입 공채로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었고 2021년도에 경력으로 이직을 한번 했다. 신입과 경력으로서의 면접을 짧은 시간에 경험했는데, 이번 면접들을 진행하면서 신입 공채를 지원하던 시절의 합격하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이 많이 생각났고... 여러 지원자들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내가 면접관으로 여러번 면접에 참여하면서 많이 안타깝게 느껴졌던... 당연하지만 의외로 면접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당연하다는 것을 80%이상이 지키지 않는다...

 서류, 알고리즘 테스트, 필기 테스트 모두 통과하고 드디어 1차 면접을 보게되는 대상자들이 선정된다. 그래서 그런지 시험 점수나 이력상의 스펙으로는 모자란 지원자가 없다. 적어도 이력서까지는... 모두 뛰어난 인재고 어느 누구나 합격해도 이상할 것 없다. 운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확실히 면접을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합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다.

 

면접을 여러번 보면서 내가 신입 지원자의 합불을 결정하는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다.

1. 직무를 잘 알고 지원했는가?
2.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가?
3. 답변(정답 여부와 상관없이)에 명확한 근거가 있는가?
4.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5. 우리팀과 잘 어울리는가?

5번은 운이 조금 필요하지만, 1~4 번은 충분히 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생각보다 간단하다. 지원하는 직무를 잘 알고...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내가 대답할 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만 잘 얘기하면, 4번 성장 가능성은 그냥 따라오는 옵션인데... 막상 면접을 보니, 10명중 8명은 이를 지키지 못한다다.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은 나도 경험해봤고 잘 알고 있다. 면접자의 입장에서는 남의 면접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나의 면접만 보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면접관으로서 여러명의 면접을 경험하고 평가하는 위치가 되어보니, 공통적으로 많은 지원자들이 은연중에 놓치고 있는 기본적인 부분들을 알 수 있었고 이 글에서 공유하려고한다.

 

 

JD(Job Description)을 분석해라.

https://careers.linecorp.com/ko/jobs/1785

 내가 지원하는 공고에 대해서 입사하게되면 어떤 업무를하고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알아야하는 것은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막상 면접을 보면, 다른 직무로 잘못 알고 있거나 JD를 한 번 읽어본 정도의 경우도 많고... 질문 몇개만 해보면 지원자가 어느정도로 알고 있는지 다 안다. 면접관은 해당 직무의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사실 왜 그런지는 면접관들 모두 다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일 하고 싶은 직무로 취업되는게 best case겠지만, 부족한 공고와 TO 혹은 경력직만 뽑은 공고로 인해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취업은 해야되고... 그러다보니 내가 원했던 직무와 유사하거나 그냥 가고 싶은 회사에 내가 그마나 써볼 수 있는 공고에 지원하는 거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그런데 직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면접관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불합격에 대한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런 직무에 대한 이해도 질문은 맨 처음에 하게 되는데... 면접관들도 사람이라 그런지... 면접 앞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면 나중에 뒤집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 그리고 면접자로서의 예의도 아닌 것 같다. 적어도 JD에 대해서 잘 알고 지원해야한다.

 

 직무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주면 된다. 단순히 JD를 보고 뭐하는 직무이다 정도가 아니라, 하루 일과를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검색해보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서 JD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알아보고 출근해서 오전에 뭐하고 오후에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입사했다고 생각하고 어떤 업무를 해야할지 스스로 그림을 그려보면 큰 도움이 될거다. 그 그림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 괜찮다. 세부적으로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만큼 고민과 생각을 해봤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안 뽑을 이유가 없다.

 

 

잘 알아도 겸손해야한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unning%E2%80%93Kruger_Effect_01.svg

 신입 지원자들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못하는 점이었다. 나는 실력이 조금 떨어져도 자신의 역략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면접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충분히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췄다는 뜻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역량이 뛰어나고 많이 알고 있으면 면접 합격률이 좋겠지만, 과대하게 포장할 필요 없이 내가 아는 정도로만 답변하면 된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면접에서 나는 자신이 갖고 있는 스킬 셋을 1~5의 척도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한다(절대값이고 숫자가 높을 수록 해당 분야에 지식이 높다). 이거는 10에 9명은 자신이 가장 잘안다고 하는 영역에 4라는 점수를 준다. 그래서 4라는 점수를 준 분야로 질문을 해보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경력은 조금 다르다. 10년차가 넘어도 자신의 메인 도메인 기술에 대해서 3을 줄까말까 한다. 20년이 넘게 한 분야에 대해서 일을 해도 5는 절대 주지 않는다. 나도 내 직무에 있어서 아직 1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입 지원자들의 모습을 보고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더닝 크루거 효과가 생각났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지식(X축) 대 자신감(Y축)에 대한 그래프를 나타낸다. 정말 조금 알고 있을 때 자신감이 극에 달하고 어느순간 내가 정말 몰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감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그 이후로 서서히 지식을 쌓으면서 자신감은 회복된다. 대부분의 신입 지원자는 자신감이 극에 달하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정말 드물게, 자신의 위치를 정말 잘 알고 있는 경력같은 신입 지원자가 있는데... 그런 지원자는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신입 지원자가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고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현업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가야한다. 나보다  잘 아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내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답변하는 습관을 기르면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된다.

 

 DBA를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다는 지원자가 있었다. 나도 DBA를 꿈꿔왔던 신입 지원자였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고 특정 Database의 스킬 셋이 4라고 답했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질문에 대한 난이도를 올려가면서 빌드업하기 위해 첫번 째 질문으로 "Database를 설치해 봤나요?"라고 물어봤다. 하지만 설치해보지 않았고 사용만 해봤다고 답변했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지원자라 그런지 기대에 대한 실망이 매우 컸다. 이후 면접을 계속 진행하면서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지원자로 느껴졌지만, 포부에 비해 노력이 부족한 인상이 더 크게 남겨진 것 같다. "DBA가 꿈이다.", "Database를 사랑한다." 처럼 무게 비중이 큰 단어는 겸손에서 벗어나는 행동처럼 느껴진 것 같다. 자신감 있고 당찬 포부를 보여주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답변에는 근거가 있고 추상적으로 끝나면 안된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쉬운 부분이 답변에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위의 면접 예시에서는 근거를 만들기가 쉽다. Database가 꿈이니 Database를 남들보다 Deep-Dive 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전문가 이상으로 하면 좋겠지만, 신입 엔지니어의 기준에서 많이 해봤다는  정도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이론적으로도 잘 알지만, 실제로 해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론만 알고 실제로 해보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론을 이해하고 실습까지 해봤다는 것을 증명하면 기술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과 근거가 명확하게 나온다. 그래서 쉽다. 그냥 해보면 된다. 그런데 만약 Database가 꿈이라는 답변에 근거로 "멋있어 보인다." 라고 하면 근거가 될 수 없는 추상만 남을 뿐이다.

 

 인성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근거가 명확하면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인성 질문은 답변의 근거를 명확히 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장점을 물어봤는데 "성실하다"라고 답변하면.... 보통 예시를 갖고 온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어떤 문제에 대해서 남들이 다 찾기 못했던 것을 나는 로그를 하나하나 다 분석하면서 해결했다", "대학교 수업에서 교수님이 내주신 문제만 풀지 않고 직접 문제를 만들어가면서 공부했더니 시험때 해당 문제가 나와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예시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 공부를 잘했으면 대학교 학점을 근거로 하던가.... 아니면 github 활동을 많이해서 잔디관리한 거를 근거고 하던가.... 아니면 초중고 개근상을 받은 것이 차라리 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결론

 이 글의 대상은, 서류는 잘 통과하지만 면접에서 자주 떨어지시는 분께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미 서류에 통과하고 있다는 것은 회사에서 뽑고 싶은 인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이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면접을 보니, 준비된 지원자와 그렇지 않은 지원자가 명확히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다 합격시키고 싶지만... 준비된 지원자만 뽑아야한다는게 너무 아쉽다. 그래서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내가 느꼈던 면접관으로서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